배경설명 중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장 먼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경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분기별 GDP(국내총생산)가 공개된 1992년 이후 최고 수준인 18.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계획경제를 기조로 하는 중국의 빠른 경제 성장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고수하는 세계 많은 국가에 충격을 안겨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단일 정부의 계획경제는 성공할 수 없다는 믿음이 중국의 고성장으로 흔들렸다. 코로나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되레 중국식 ‘큰 정부’ 기조는 전통적인 시장경제 국가인 미국을 비롯, 전 세계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두 필자는 중국 경제 고성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경제 체제를 ‘국가 대 시장’ 그리고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라는 이분법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며 보다 유연한 시각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을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왼쪽부터앤드루 셩(Andrew Sheng) 홍콩대 아시아 글로벌연구소 연구원, 유엔환경계획(UNEP) 지속가능 금융자문 위원회 위원샤오 겅(Xiao Geng) 홍콩대 국제금융연구소 이사장,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 해양실크로드 연구소장
왼쪽부터
앤드루 셩(Andrew Sheng) 홍콩대 아시아 글로벌연구소 연구원, 유엔환경계획(UNEP) 지속가능 금융자문 위원회 위원
샤오 겅(Xiao Geng) 홍콩대 국제금융연구소 이사장, 베이징대 HSBC 경영대학원 해양실크로드 연구소장

 

오스트리아 태생의 경제학자 ①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는 1944년에 시장의 자발적 질서가 공산주의나 파시스트 정권의 전체주의 질서보다 본질적으로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자유시장경제가 번성하고, 소련의 중앙계획경제가 붕괴한 이후, 수십 년 동안은 하이에크의 주장이 정당하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던 와중에, 중국이 나타났다.

중국의 경이로운 경제 발전은 수치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30년 동안 GDP(국내총생산)가 두 자릿수로 성장했고, 7억 명의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났다. 국가 인프라 건설에도 호황기가 찾아왔고, 거대한 테크 기업도 등장했다.

중국의 성장은 자유시장주의가 최고의 발전전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믿음을 흔들어놓았다. 자유시장 이념을 신봉하는 국제통화기금(IMF)조차도 자유시장주의의 정당성을 재고하게 만들 정도였다. 그러나 서구에서는 여전히 불투명성과 억압성을 이유로 들며 중국의 정부 주도식 계획경제를 무시하고 폄하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의 시스템이 정말 미국의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거기에 대해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지출은 197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2019년에 미국 정부의 지출은 전체 GDP의 35.7%를 차지했는데, 당시 중국 정부의 지출은 GDP의 34.8%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는 이러한 추세를 가속화했다. 사실 미국 경제 회복의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있다. 게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는 ②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③ 미국 가족계획(American Families Plan)의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대규모 지출 계획 역시 경제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 역할을 확대한다.

중국과 미국 모두 경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 및 중앙집권화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국가 대 시장’ 그리고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같은 일반적인 이분법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두 나라는 여러 공통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정부와 시장은 모두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주요 요소다. 만약 시장이, 하이에크가 주장했듯이, 스스로 개인의 사적 이익을 기반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된다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양쪽 국가에서 비대해지는 관료들이 자신의 사리사욕에 맞게 경제 질서를 만들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정말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회에 필요한 재화를 적재적소에 배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이러한 이해관계를 잘 통제해야만 한다.

미국이 자유시장경제의 정체성을 고수하려고 한다면,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고군분투의 과정에서 미국의 제34대 대통령 드와이트 아이젠하워가 자신의 퇴임식 연설해서 경고했던 ‘군산 복합체에 의한 부당한 영향력의 획득’이 수그러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왜 최근 미국 기관들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지를 설명해준다. 세계 최대 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인 에델만이 2020년 발표한 신뢰도 지표 조사인 ‘에델만 트러스트 바로미터’에 따르면, 순위에 등장한 26개국 중 미국 내 NGO(비정부기관), 기업, 정부,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신뢰 수준은 18위에 머물렀다. 2021년에는 21위까지 추락했다. 반면 이와 대조적으로 중국 내 NGO, 기업, 정부,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신뢰 수준은 2020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2021년 82%에서 72%로 10% 포인트 하락하긴 했으나, 중국은 여전히 전체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엘리트뿐만 아니라 전체 인구를 위한 가시적인 혜택과 함께 정책 목표를 구체적인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분석한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저소득층은 중국 정부가 기초 의료, 복지 기타 공공 서비스를 꾸준히 더 나은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한다.


서구에 큰 충격을 준 중국식 고성장

독일의 정치학자인 제바스티안 하일만은 중국 공산당의 회복력과 중국 정부의 ‘통상적이지 않은 정책 결정 방식’이 중국을 ‘붉은 백조(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발생할 경우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사건을 뜻하는 ‘검은 백조’와 중국을 합친 것)’, 즉 서구 발전 모델에 대한 ‘비정상적이고 예측 불가한’ 도전적인 사건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적응력 있고 실험적인 정책 결정 과정을 추구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를 최대한 활용했으며, 각 지역의 고유한 조건에 맞춰 제도를 지속해서 발전시켜 왔다. 중국의 경제학자인 장샤오쥐엔이 최근 지적했듯이, ‘윗선의 의지’가 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데, 기후변화 등 복잡한 문제에서 기득권 때문에 문제 해결에 교착 상태가 오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정책 결정에 있어서 협조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로, 정책 결정을 내리기 전에 중국 지도자들은 이론적인 통찰을 얻기 위해 싱크탱크 및 학자에게 자문을 구하고, 지역 공동체를 찾아가 현장의 상황에 대해 배운다. 그리고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보완점을 찾아 이를 해결한다.

다만, 중국 정부의 방식이 지대추구 행위나 특권 강화에 완전히 면역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정부 정책과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사회 분열, 낭비, 과도한 경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중국이 개방되고, 복합적이며, 활기찬 시장 경제를 만들려는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의 정치학자 김지은 교수와 케빈 오 브라이언이 주장했듯이, 관료주의 내에서 이러한 노력은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지역 공무원들은 높은 투명성이 자신들의 운영상 유연성과 승진 가능성을 해칠 수 있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변화에 적극적으로 저항한다. 그러나 이 같은 저항은 시장 경제 체제에서도 행위자들이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려면 민첩함, 창의성 그리고 정치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서, ‘자유시장경제는 여전히 계획경제보다 우월한가?’는 잘못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제도는 역사, 지리, 문화에 의해 형성되는 복잡한 체계다.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단 하나의 접근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국가에서 가장 많은 사람에게 가장 많은 이득을 가져다줄 수 있는 다양한 특성의 균형 잡힌 조합을 찾아야 한다.

계속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 실험, 보완, 개혁의 제도화를 겪고 있는 중국의 시스템은 국가 발전의 판도를 바꿔 놨다. 그것은 결과로도 증명되고 있다.


Tip

영국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는 1944년 저서 ‘노예의 길(Road to Seftdom)’에서 전체주의 계획경제가 ‘자유의 길’이 아닌 ‘노예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주장했다. 하이에크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혹은 집단주의 체제가 개인의 자유를 박탈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일자리 계획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계획으로, 도로, 교량, 전력, 상하수도, 대중교통, 주택, 인터넷, 제조업과 신사업 등 사회간접자본과 산업에 총 2조달러(약 2200조원)를 집중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일자리 수백만 개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가족계획은 어린이 양육과 교육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약 1조달러(약 1100조원) 규모의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3~4세 아동의 취학 전 2년 무상교육과 연방 장학금 제도인 ‘펠 그랜츠’ 강화 등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