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박순우 메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전 한빛소프트 해외마케팅 상무, 전 더나인 부사장, 전 알리바바 게임담당 총괄이사, 전 LB인베스트먼트 중국법인 대표

1997년부터 2010년까지 태어난 Z 세대의 재테크에는 이전 세대와 구별되는 점이 있다. 이들에게 은행과 금융권은 장소보다는 스마트폰 앱(app) 개념에 더 가깝다. 결제 서비스, 해외 송금, 개인 간 대출(P2P) 금융, 인터넷 전문은행, 금융 상품 추천 서비스 등의 형태로 널리 알려진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는 이들에게 혁명이 아니다.

이미 삶 속에서 쉽고 빠르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Z 세대는 금융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정보를 쉽게 얻는 Z 세대는 금융지식과 자산관리 이해에는 부족한 부분을 보였다. 금융 교육 핀테크 앱 조고(Zogo)에서 이뤄진 자체 설문에 의하면 Z 세대의 80% 이상이 전반적인 금융 관련 사안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6%는 금융 교육을 받았지만, 대다수는 실생활 적용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도 하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Z 세대 창업팀이 Z 세대를 위해 만들어낸 금융 교육 핀테크 앱이 조고다.

듀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중국인 유학생 보룬 리는 금융 교육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조고를 설립했다. 사진 조고
듀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중국인 유학생 보룬 리는 금융 교육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조고를 설립했다. 사진 조고

어려운 금융지식, SNS로 재밌고 단순하게

조고는 Z 세대의 시선에서 Z 세대가 만들어낸 금융지식 및 자산관리 교육 앱이다. 금융이라는 광범위하고 어려운 주제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재밌고, 간단하게 익힐 수 있는 앱이다. 회원 가입 절차를 거친 이용자는 5000파인애플 포인트를 달성했을 때 받을 상품을 결정할 수 있다. 아마존과 애플, 나이키, 스타벅스 등 브랜드 기프티콘도 있고, 기부를 선택할 수도 있다.

로그인 후에는 금융에 대해 학습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한다. 주제는 간단한 ‘협상’부터 ‘부가가치세’와 같은 복잡한 세법까지 다양하다. 주제를 선정하면 카드 뉴스 형식으로 진행되는 학습 과정을 거친다. 이후 객관식 문제를 통해 정답을 선택하면 파인애플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20달러(약 2만2400원)짜리 식사를 먹고서 매출세(한국의 부가가치세)로 2달러(약 2240원)를 냈을 때 매출세가 몇 %인지 묻는 식이다. 사진과 글의 형식으로 금융지식을 전달한 뒤 곧바로 예시 문제를 통해 콘텐츠 이해도를 확인한다. 정답이 나올 때까지 마구잡이로 찍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오답을 선택하면 하트를 차감한다. 하트는 4시간에 하나가 충전된다.

조고에 따르면 2019년 1만 명이었던 이용자는 코로나19 사태가 강타했던 2020년 10만 명으로 10배가량 늘었다.


금융 교육 갈증 느낀 듀크대 학생들이 창업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1998년생 중국인 유학생 보룬 리(Bolun Li)는 세인트존스 프랩스쿨 재학 시절 은행 영업사원이 학교를 방문해 지루한 금융지식 강연을 마친 후 해당 은행 계좌를 개설하면 2달러를 지급한다는 광고문을 나눠주던 모습이 구시대적이라고 느꼈다. 보룬 리는 듀크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며 많은 졸업생이 억대 연봉의 직장에 들어가지만, 여전히 월급만을 기다리며 저축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봤다. 그는 저금리 시대에 현명한 소비와 금융에 대한 이해 없이 재정적 안정을 얻을 수 없다고 믿었다.

Z 세대가 금융 교육에 대한 갈증과 기존 금융 교육의 접근성에서 느낀 단점을 보완해 ‘Z 세대화’한 결과물이 조고다. 2018년 4월 듀크대 학부생이던 보룬 리와 심란 싱이 함께 설립한 조고 파이낸스는 2019년에 앱 서비스를 시작했다. 2021년 5월 기준으로 조고 파이낸스는 창업 초창기 투자인 프리 시드를 포함해 두 차례의 펀딩만 진행한 상황이다. 2019년 7월 15일에 프리 시드 단계에서 테크스타즈로부터 29만5000달러(약 3억3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짧은 카드 뉴스 형식으로 매출세(한국의 부가가치세)를 계산하는 법을 교육하는 예시. 카드 뉴스가 끝나면 바로 객관식 문제로 이어진다. 사진 조고
짧은 카드 뉴스 형식으로 매출세(한국의 부가가치세)를 계산하는 법을 교육하는 예시. 카드 뉴스가 끝나면 바로 객관식 문제로 이어진다. 사진 조고

Z 세대의 단기 보상 심리 간파한 조고

일반적으로 사회초년생의 임금은 중장년층에 비해 적고 노후·자산관리 등은 지금 당장의 보상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사회초년생의 생각을 파악한 조고는 지금 당장 보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게임적인 보상 시스템(기프티콘)을 통해 사용자들을 끌어들였다. 게임을 좋아하는 Z 세대에게 먹히는 전략이었다.

Z 세대의 특성인 공유 문화도 조고의 성장을 이끈 요인이다. 초대를 받은 이용자가 조고에 가입하면 이를 유치한 사람에게 1000파인애플 포인트를 증정하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조고를 이용하면 무료 기프티콘을 준다는 이야기가 SNS상에 퍼지며 조고는 앱 출시 이틀 만에 1명의 사용자가 7명의 유저를 끌어오는 성과를 보였다. Z 세대 공유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할 수 있지만, Z 세대가 금융 교육에 대해 느꼈던 갈증, 경제적 보상을 받으며 지식을 쌓을 기회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단순한 콘텐츠화를 넘어 제한된 시간에 재미있는 정보를 전달하며 Z 세대의 흥미를 자극하기도 했다. Z 세대의 입맛에 ‘틱톡’과 같은 1분 이내의 짧고 자극적인 쇼트폼 콘텐츠가 익숙하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조고는 기성 금융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조고의 주요 수입은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창출된다. 금융 기관을 위해 고객을 유치하는 활동이 비즈니스 모델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많은 Z 세대 사회초년생 사용자들이 조고를 통해 금융지식을 익힌 후 학습 내용을 실질적으로 적용할 은행을 찾는다. 이 부분이 기성 금융업계에는 상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미국 50개 주에서 70개가 넘는 금융 기관이 조고와 제휴를 맺고 지역 사용자에게 맞춰 조고 앱에 자사의 로고와 프로모션을 노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제휴를 맺은 금융 기관의 입장에선 조고의 사용자 유입이 늘수록 자사의 향후 이용자 규모가 불어나기 때문에 아낌없이 조고를 홍보한다. 조고가 사용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을 단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더 많은 유저를 유치한 비결이기도 하다.

조고는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고 금융 기관과의 제휴와 콘텐츠를 확장해야 하는 3가지 과제를 앞두고 있다. 조고 팀은 현재 자문위원과 듀크대 교수진으로부터 콘텐츠를 검수받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의 성장과 함께 더 다양한 연령대의 임직원이 더해지게 됐을 때 보룬 리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