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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은행권 부실 1200조원 넘으며 ‘배드뱅크’ 설립 논의 회원국 공동 대응 필요하다는 주장… “실현 가능성은 낮아”
  > 2017년02월 189호 > 파이낸스
유럽 배드뱅크 설립 논쟁
EU 은행권 부실 1200조원 넘으며 ‘배드뱅크’ 설립 논의 회원국 공동 대응 필요하다는 주장… “실현 가능성은 낮아”
기사입력 2017.02.27 15:51


이탈리아와 포르투갈·그리스의 은행 부실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유럽연합 차원의 배드뱅크가 설립돼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이탈리아와 포르투갈·그리스·아일랜드 등 일부 유럽 국가의 은행권 부실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탈리아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마저 100억유로(약 12조원) 이상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자구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들 국가 은행의 부실 사태가 좀처럼 해결책을 찾지 못하자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드레아 엔리아 유럽금융감독청(EBA) 청장은 최근 “EU 역내 은행의 부실대출, 부실채권 문제는 매우 긴급하고 당장 행동이 필요한 문제로 대두됐다”며 “국가 재원으로 배드뱅크를 설립해 은행이 가진 부실채권을 실사한 뒤 실질 가치로 이를 매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보유한 막대한 규모의 부실대출은 은행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은행 대출을 축소시키며, 결국에는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탈리아·그리스·포르투갈 부실 심각

EBA에 따르면 EU 회원국 은행의 전체 부실대출 규모는 1조유로(약 120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체 은행 대출액의 5.4%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융 산업 규모가 큰 미국과 일본 은행의 부실대출 비중이 1~2%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다. EU 지역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2007년 2% 수준이었지만, 세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며 2012년 6.7%까지 치솟았다. 2014년 5%대 수준으로 조금 하락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실 비율이 높다.

유럽 부실채권의 4분의 1 이상은 이탈리아가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은행권의 부실채권 규모는 2760억달러로, 주요 은행의 재무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재정 상태가 좋은 공공기관의 자금을 모아 은행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배드뱅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부실 규모가 큰 데다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어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아일랜드 은행의 부실도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 영국과 독일·네덜란드·노르웨이·벨기에 등 주요국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안정적인 수준이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와 금융 불안으로 몸살을 앓았던 스페인은 최근 은행 부실을 상당 부분 정리하며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은행 건전성이 좋은 국가들도 일부 국가의 불안을 손놓고 구경만 할 수는 없다. 이탈리아와 그리스·포르투갈 은행들이 독일이나 영국 은행들과 거래하는 규모(익스포저)가 상당하기 때문에 부실이 악화될 경우 연쇄 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국가의 은행 부실 문제가 심화돼 EU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경우 금융 건전성이 좋은 국가들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컨설팅사 딜로이트는 “올해 EU 지역 부실채권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2000억유로 이상의 부실채권이 매각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작년 매각액(1000억유로)의 두 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딜로이트는 “EU 은행권의 부실채권 문제는 임계치에 다다랐다”며 “정책 당국의 빠른 대책이 필요한 상태”라고도 했다.


“은행 부실은 EU 공동 문제”…獨은 반대

상황이 심각해지자 EU 차원에서 배드뱅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엔리아 청장이 EU 차원의 배드뱅크 설립을 요구하자 유로존 상설 구제금융기관인 유로안정화기구(ESM) 클라우스 레글링 대표는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레글링 대표는 “은행 부실이 경제 전체에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불거진 상황에서 공공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노력 차원에서 배드뱅크 설립 제안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배드뱅크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EU라는 경제 공동체 안에서 위기에 대한 대응은 회원국 모두의 책임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 대응이 이뤄져 정책 간 충돌이 생기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아직 미온적이지만 논의할 필요는 있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ECB는 은행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 행동이 아니라 개별 국가 차원의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은행들이 더 많은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부실에 대응하도록 촉구했다. 그런데 최근 비토르 콘스탄치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가 “어려움이 있겠지만 배드뱅크 설립 논의를 환영한다”고 밝히며 논의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독일 등 주요국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독일은 엔리아 청장의 제안이 나온 직후 “일부 국가 은행의 실패를 EU 전체 납세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개별 국가에서 발생한 문제를 EU 전체가 부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또 EU 차원의 배드뱅크 설립을 반대하는 전문가들은 스페인과 아일랜드 등이 자체적으로 배드뱅크를 조성해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자국 배드뱅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다만 은행 지원과 관련된 규정 상당수가 EU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들 활동에 제약이 있다.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배드뱅크 설립 논의가 가열되고 있지만, 광범위한 지역을 관리하는 자산 관리 기관이 실제로 설립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부실자산을 최대한 높은 가격으로 처분하려는 은행과 배드뱅크 간 기대 가격 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점도 큰 과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EU 배드뱅크가 설립되려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실패한 은행을 지원해 구제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인지에 대한 논쟁과 독일 같은 국가의 정치적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며 “배드뱅크 설립 논의는 이미 심각한 장애물 앞에 서 있다”고 했다. 피치는 “EU 차원의 기관 설립보다 각 국가 내 배드뱅크를 설립해 활성화하는 논의가 은행 부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현실성 있는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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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뱅크(bad bank) 금융사의 부실자산과 부실채권만 사들여 별도로 관리하고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구조조정 전문기관이다. 배드뱅크는 은행의 부실자산을 매입해 최대한 많은 자금을 회수하고, 배드뱅크에 자산을 매각한 은행은 재무 건전성 개선으로 굿뱅크(good bank)로 전환돼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하게 된다. 배드뱅크는 부실자산을 금융사로부터 넘겨받아 이를 담보로 유가증권(자산담보부채권)을 발행하거나 담보물을 팔아서 자금을 회수한다.
기사: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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