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 네이처리퍼블릭 등 국내 주요 화장품 브랜드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정답은 이들 모두가 한국콜마에서 제품이 생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콜마를 그저 그런 하청업체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품질에 대해선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올곧은 기업문화가 뿌리를 내리면서 한국콜마의 위상은 웬만한 ‘갑’(원청업체)을 넘어섰다. 숱한 유혹을 뿌리치고 창립 이래 한국콜마가 품질제일주의를 실천할 수 있었던 것도 ‘호시우보’(虎視牛步: 소처럼 천천히 걸으면서도 호랑이처럼 날카롭게 사물을 본다는 뜻)의 경영철학을 실천해나간 윤동한 회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12월13일 인터뷰에서 “지금처럼(연평균 20% 성장)만 성장해주면 5~6년 후에는 매출 1조원 달성도 무난하다”면서 “‘수퍼을’로도 대단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최대 화장품 OEM·ODM 업체…

   

“최고 품질로 ‘수퍼 을’ 성공 증명하겠다”

중국 내수시장 성장 최고 수혜주… 5~6년 후 매출 1조 달성 계획

한국콜마 본사 4층 마케팅 회의실은 작은 뷰티숍 같은 느낌이다. 진열장에 전시된 화장품 면면을 보니 브랜드가 제각각이다. 바르는 보습크림부터 고기능성 화장품까지 말 그대로 없는 게 없는 ‘화장품 백화점’이다. 현재 한국콜마는 고객사로 두고 있는 국내외 기업 수만 200여개에 달한다. 생산되는 화장품 수만 연간 1만5000여개다. 이 때문에 한국콜마는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 ODM(제조자개발생산) 부분에서 단연 국내 1위를 기록 중이다.

1990년 설립된 한국콜마의 사업 분야는 화장품, 의약품, 건강보조식품 등이다. 그중에서  화장품 분야가 독보적이다. 화장품 업계에서 한국콜마는 최대이기도 하지만 최초의 OEM업체다. 한국콜마가 설립된 1990년 이전까지만 해도 태평양, 한국화장품, 한불화장품, 코리아나 등 국내 주요 화장품업체들의 사업 방식은 기획, 제조, 유통까지를 모두 직접 챙기는 구조였다. 반면 당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전문성과 효율성을 위해 제조와 판매가 구분돼 있었다. 윤 회장이 한국콜마를 세우면서 전문제조 기업의 가능성을 본 것도 이 같은 시장 트렌드를 예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조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결은 높은 기술력에 있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한국콜마는 전체 직원 총 650명 중 연구 인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31.2%에 달한다. 국내 최초로 국제 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시스템 인증, 우수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적합 업체로 선정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술이 없는 단순 하청업체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술을 개발해야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고 (대기업에다) 제품을 팔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그래서 처음부터 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기술이 해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품에 있어 타협이란 절대 없다”

이 같은 기술제일주의 정신은 세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제품 처방만 2만여가지다. 보유한 특허기술만 108건, 기능성을 승인받은 건 1715건이다. 지난해 연구비로 쏟아부은 금액만 117억원이다. 연간 2000억~3000억원의 매출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수준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해야 하는 하청업체들에 품질경영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공급가를 최대한 줄이려는 원청업체들의 횡포를 뚫고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선 현실과의 타협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술에 있어 타협이란 절대 없습니다. 제 아무리 수퍼 갑이 온다고 해도 절대로요. 지금은 24시간 정도 걸리지만 초창기만 해도 미생물 테스트를 하는 데 76시간이 걸렸어요. 화장품이 변질되는지 검사하는 건데, 쉽게 생각했으면 대충 검사하고 납품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그러지 않았어요. 원청회사가 아무리 물건을 달라고 아우성대도 정상적으로 검사한 것들만 내보냈죠. 하청업체는 정도경영을 실천하기 힘들다고 하지만 그건 핑계예요. 정도, 기술경영을 펼쳤느냐는 경영자 자신의 영혼과 대화이기 때문이죠. 불량식품 만든 회사치고 제대로 된 식품회사 봤습니까.”

여의도 증권가에서 한국콜마는 요즘 ‘뜨는 종목’ 중 하나다. 중국 내수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콜마의 주력인 화장품 업종은 가장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다. 글로벌 투자고수 마크 모비우스 프랭클린템플턴 회장은 최근 다수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내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데, 그중에서 화장품 산업이 대표적 케이스”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기업이라면 당장 주식을 사라”고 말해 한때 한국콜마를 비롯한 국내 화장품 OEM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콜마는 지난 2007년 6월 중국 베이징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해 2011년 70억~1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한국콜마는 허벌라이프, 뉴스킨, 존슨앤존슨 등 다국적 뷰티 기업에 스킨케어, 메이크업, 헤어케어 등을 공급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당분간 생산능력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한국콜마는 베이징공장 증설뿐 아니라 동북3성, 광저우, 푸젠, 저장성 등지에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콜마의 또 다른 사업분야는 제약사업이다. 윤 회장은 한국콜마를 창업하기 전 15년 동안 대웅제약에서 근무한 바이오 맨이다. 기획, 재무, 영업 등 전 분야를 두루 거치면서 40대 최연소 부사장에 오른 그가 일본콜마와 합작으로 한국콜마를 세운 것은 제약과 화장품 시장이 언젠가는 하나로 통합될 것을 예측해서였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스타산업의 기본이다. 인간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3가지가 ‘의(衣)·식(食)·주(住)’라면 이 세 가지를 역으로 엮는 게 화장품, 의약품, 건강기능식품이라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의식주를 하나의 삼각형으로 그리면 반대되는 스타산업은 역삼각형을 이루면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윤 회장은 설명했다.

한국콜마는 피부과 전문 의약품, 알약, 액상제 등의 의약품을 OEM방식으로 생산해 유한양행, 동아제약, 동화약품 등에 납품하고 있다. 제약사업부의 2011년 예상 매출액은 700억원 수준이다. 특히 리드캡은 기존 경질 캡슐에 액상 제재를 충전하는 신개념 제품이다. 한국콜마는 2년여의 연구 끝에 제품의 안정성 문제를 해결해 국내 유일의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인증을 획득했다. 제약 부문 사업 강화를 위해 최근 법정관리 중인 BRN사이언스(옛 보람제약)에 대해 법원과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의약사업 부문은 전체 매출의 25% 수준이다. 또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인 선바이오텍과 최근 인수한 한국푸디팜의 합병도 검토 중이다.

“OEM업체로서 1등이 훨씬 의미 있어”

그동안 많은 OEM업체들이 주식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은 독자브랜드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공급 위주의 하청방식은 성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OEM업체들이 시간이 지나면 하나같이 독자브랜드를 론칭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러나 이 같은 공격적 마케팅은 호황기 때는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지금과 같은 불황기 때는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기업이나 경영자에겐 달콤한 유혹이나 다름없다. 자체 브랜드 개발에 대해 윤 회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우리는 앞으로도 OEM, ODM으로만 사업을 할 거예요. 더군다나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독자 브랜드로 들어가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중국 사람들은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이 우리보다 더 심하거든요. 그럴 바에는 지금처럼 OEM에서 확실한 1위로 있는 게 훨씬 낫습니다. 1위가 못 되고 2~3위에 있다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그보다는 중국 기업이 우리 제품을 통해 1위 기업으로 커나가는 게 훨씬 낫다고 봐요. 그게 우리의 대중국 전략이에요.”

올해 66세인 윤 회장의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영남대를 졸업하고 입사한 농협을 뛰쳐나간 것도 멋진 도전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대웅제약에서 편한 직장생활을 보낼 수 있었지만 현실안주를 박차고 또 다시 한국콜마를 설립했다. 그는 바쁜 회사경영 와중에서도 수원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1. 사회봉사 활동 중 하나인 사랑의 연탄배달 운동.

2. 화장품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윤 회장.

3. 한국콜마에서 생산되는 의약품들.

학력제한 철폐·퇴직면접 실시

윤 회장의 회사 조직운영 방식도 독특하다. 우선 한국콜마는 입사 조건에 학력제한이 없다. 또 설립 초기부터 공채로 신입사원을 선발해왔다. 스카우트 방식으로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는 윤 회장의 유기농 경영과 맥이 닿아 있다.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농산물은 생산량은 적지만 품질이 우수해 비싼 값에 팔려나간다는 게 그의 인재철학이다.

“다른 기업에서 인재를 빼와 키운 회사치고 오래 가는 곳을 못 봤습니다. 인재는 짧은 시간 안에 키울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오랜 시간 믿음을 주면서 지켜봐야 제 능력을 발휘하는 게 인재죠. 그런 면에서 직원에게 주는 것은 단순한 인건비가 아니라 투자예요. 기업(企業)의 기(企)자는 사람 인(人)과 머물 지(止)를 합쳐놓은 겁니다. 제조업의 핵심은 제품 생산이 아니라 사람을 끌어 모으는 데 있어요. 제조업에서 성공하려면 사람을 사랑해야 합니다.”

한국콜마에는 퇴직면접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 부서장에게 퇴직 이유를 설명하는 것인데, 이는 불합리한 조직운영의 폐해를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학구파답게 윤 회장은 직원들에게 독서를 강조한다. 전 직원은 자기계발, 경영혁신 도서 3권씩을 읽어 감상문을 제출해야 한다. 독서 감상문 제출은 승진에 중요한 기준이다. 경조사에 대한 감사 표시로 회사에 책을 기증하는 것은 한국콜마의 기업문화가 됐다. 여기에 근검, 겸손, 우보(牛步), 적선을 포함한 5가지는 한국콜마 직원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행동강령이다. 특히 한국콜마는 무의탁 독거노인, 사랑의 연탄배달과 같은 사회봉사 활동에 전 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아름다운 가게와 파키스탄 등에 구호품을 지원하고 석오문화재단이라는 장학재단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한국콜마 직원들이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한 것을 시간으로 환산하면 1만3718시간에 이른다. 

“저희는 그 흔한 공장 준공식 같은 행사는 생략합니다.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게 다 뭐겠습니까. 우리가 이렇게 잘 되고 있다는 걸 자랑하는 것밖에 더 됩니까. 생색내면 가치가 떨어지는 게 세상 이치예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왜 주가관리 안 하냐고 하는데, 경영자가 주가에 신경을 쓴다는 것은 운동선수가 금지약물을 먹는 것과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안 합니다.”

윤 회장은 단호하고 확신에 찬 어투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의 경영철학인 소처럼 느릿느릿하게 걷더라도 제대로 간다는 걸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관련업계에서는 한국콜마가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불어닥친 위기 속에서도 매년 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는 것은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꾸준하게 회사를 경영했던 것이 기초체력으로 쌓이면서부터라고 말한다.

 

■  윤동한 회장은 … 

1947년생으로 영남대를 졸업, 농협과 대웅제약(부사장)에 근무한 뒤 1990년 한국콜마를 설립했다. 지난 2000년 중소기업 부문 신지식인으로 선정됐으며 영남대 재단이사와 한국상품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다.

송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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